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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마켓 에어컨 설치비, 부르는 게 값?...'기본설치비 무료' 내걸지만 현장에서 덤터기 일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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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마켓 에어컨 설치비, 부르는 게 값?...'기본설치비 무료' 내걸지만 현장에서 덤터기 일쑤
요금표 고지해도 산정 어려워 갑갑
  • 송혜림 기자 shl@csnews.co.kr
  • 승인 2024.05.07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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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 계양구에 사는 강 모(여)씨는 A오픈마켓에서 에어컨을 구매하려고 알아보던 중 기본 설치비가 포함된 상품을 선택했다. 에어컨 설치 바로 전날 기사가 연락와선 강 씨에게 10~20만 원이 추가로 청구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유를 묻자 ‘원래 추가비가 다 든다', ‘배관 재질이 동이 아니고 알루미늄이다’, ‘아파트 구조상 배관이 꺾여 있다’ 등 이유를 댔다. 또 판매 페이지에는 실외기 설치비를 아파트 2층부터 받는다고 기재했으나 현장에선 ‘바닥에 놓을 때만’ 해당한다며 1층에 사는 강 씨에게 또 다시 추가금을 요구했다. 강 씨는 “울며겨자먹기로 추가금 16만 원을 냈다. 당초 추가금이 있다면 제품을 판매할 때부터 안내해야 한다”며 울분을 터트렸다.

#. 충북 증평읍에 거주하는 최 모(남)씨는 B오픈마켓에서 한 판매자에게서 산 에어컨을 설치하려 기본설치비 포함 46만5000원에 제품을 주문했다. 그러나 이후 현장을 방문한 설치 기사는 통풍구 위치와 실외기 위치가 맞지 않아 호스를 2m 더 추가해야 한다는 등 여러 명목으로 15만 원을 추가 청구했다. 최 씨는 “에어컨 구매 가격에 설치비가 포함돼 있다고 해 추가금이 드는지 몰랐다. 눈 뜨고 코 베인 격이다”라고 토로했다.

더위가 시작되면서 에어컨 수요가 급증하자 '설치비'에 대한 불만도 잇따르고 있다.

오픈마켓 판매자들이 '기본 설치비는 무료'로 내걸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과도한 추가 설치비를 요구해 소비자들을 울렸다. 에어컨 설치 전 대략의 비용을 안내 받아도 현장에서 배수펌프, 배관, 타공 등 갖가지 명목으로 사전에 고지한 것보다 배가 되는 비용을 청구하는 행태도 불만을 샀다. 

제조사들은 현장 상황에 따라 설치 비용이 유동적이라 소비자들이 오해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오픈마켓도 판매 페이지에 추가되는 설치 비용을 안내하도록 하고 있다고 전했다.

7일 소비자고발센터(www.goso.co.kr)에 따르면 최근 날씨가 무더워지며 새로 에어컨을 장만하거나 이전설치 중 설치비가 과도하게 많이 나와 부당하다는 불만이 끊이질 않고 있다. 대부분 제조사가 아닌 오픈마켓에서 제품을 구매하거나 사설 설치 업체를 이용한 경우였다.

문제의 핵심은 소비자가 추가 설치비에 대해 사전에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오픈마켓에서 판매하는 에어컨 대부분 기본 설치비가 포함돼 있으며 추가 설치비에 대해 항목별로 고지하고 있다. 하지만 추가 설치비 항목은 전문적인 영역으로 일반인들이 산정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결국 현장에서는 부르는 게 값이 되고, 소비자들은 불신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오픈마켓에서 판매 중인 에어컨 상품 대부분 기본 설치비가 제품가격에 포함돼 있다
▲오픈마켓에서 판매 중인 에어컨 상품 대부분 기본 설치비가 제품가격에 포함돼 있다
실제 쿠팡과 G마켓, 옥션, 티몬, 위메프, 인터파크 등 국내 여러 오픈마켓에서 판매 중인 삼성전자, LG전자, 위니아, 캐리어 등 에어컨 제품을 검색해보니 제품명에 '설치비 포함'이라고 기재한 게 대부분이다. 기본 설치비 항목이나 정도는 판매자에 따라 달랐다. 배관 길이 3M까지 무료인 경우도 있고 5M까지 설치비가 책정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추가 설치비에 대한 비용표도 판매 페이지에 첨부돼 있다. △설치 환경에 따라 추가 설치비가 발생할 수 있다 △내역에 없는 추가 비용 발생 시 현장에서 기사님과 협의한다 등 문구를 함께 기재하고 있다. 추가 설치비는 인건비와 재료비를 포함한 가격으로 책정된다.
 

▲오픈마켓에 에어컨 판매 페이지를 보면 추가 설치비가 항목별로 안내돼 있다
▲오픈마켓에 에어컨 판매 페이지를 보면 추가 설치비가 항목별로 안내돼 있다
일부 소비자들은 에어컨 설치 전 판매자를 통해 ‘추가 비용은 들지 않는다’고 명확히 안내받았으나 현장에서 청구 받는 경우도 있다. 또 사설 업체를 통해 에어컨을 설치한 후 추가 설치 항목에 대한 영수증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는 사례도 있었다.

만일 과도한 설치비로 제품 설치를 거부할 경우엔 반품비를 물어야 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별수 없이 현장에서 청구 받은 금액을 그대로 물 수 밖에 없다.

오픈마켓들은 공통적으로 "판매자는 판매 상세 정보란에 설치 비용을 명확하게 명시해야 한다. 만일 판매자가 판매 페이지에 기재한 비용 이외의 금액을 현장에서 청구했을 경우 오픈마켓 CS센터에 불만이 접수되는 대로 판매자와 구매자 간 입장을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LG전자, 캐리어에어컨 등은 본사와 공식 인증점의 에어컨 설치비 규정은 동일하게 책정하고 있으며, 기본 설치비 이외의 추가 비용이 청구될 수 있음을 사전에 안내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에어컨이 설치되는 환경이 다양하기 때문에 현장에서 총 설치비를 산정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한 가전업체 관계자는 "오픈마켓에서 가전제품을 구매할 때 사설 설치업체로부터 서비스를 받을 경우 차후 피해가 발생해도 제조사로부터 구제가 어렵다"면서 "공식 인증점 여부를 우선 확인하고 구매 당시 설치기사 정보를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제품을 구매할 때 사전에 제품의 기본 설치비 및 추가 설치비 계약 내용을 꼼꼼히 확인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면서 "설치 하자나 보상에 대한 내용도 계약서에 명시돼 있는 지 확인하고 설치 장소와 비용 등을 업체와 충분히 협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송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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